[브리프]자동차 시장의 대전환과 한국 자동차 산업의 도전

일어나고 있는 일 1: 수소(전기)차 연맹의 균열

2017년 10월 26일 로이터(Reuters)는 도요타의 수소차 기술총괄 요시카즈 다나카(Yoshikazu Tanaka)의 흥미로운 발언을 전달한다. 2016년 엘런 머스크가 수소차 기술 및 충전방식을 “정말 멍청한 짓(incredibly dumb)”이라 주장한 것에 다나카가 동의를 표한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수소차에 투자해온 도요타로서는 쓰디쓴 패배를 시인한 꼴이다.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막대한 수소차 R&D 투자를 고려한다면, 도요타 경영진은 수소차 시장에서 한순간에 발을 뺄 수는 없다. 그러나 도요타, 혼다, 현대기아차, 베엠베(BMW), 다임러(Daimler)라는 이른바 수소차 연맹의 균열이 점점 커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렇게 나약한 연맹이 130년 넘게 유지되어온 가솔린과 디젤 내연기관 시장의 완고하고 거대한 저항선을 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Be Smart: 탈핵과 탈내연기관의 유사성

1886년 칼 벤츠(Karl Benz)에 의해 처음으로 상업 생산의 길을 시작한 내연기관(Internal combustion engine)은 다양한 경제 및 사회 이해관계자를 매우 강력한 자동차 생태계로 묶었다. 완성차 업체, 부품 업체, 수리 업체 그리고 이에 종사하는 임노동자 및 노동조합, 이들 기업에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정부 및 기관 투자자 뿐만 아니라 가솔린과 디젤을 공급하는 원유생산 국가, 정유기업, 주유소 등도 자동차 생태계와 운명을 같이 한다. 내연기관 자동차 생태계와 전기자동차 생태계는 그 구조가 다르다-후술-. 유럽 국가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탈내연기관 흐름은 때문에 전통 자동차 생태계의 질서재편 없이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저항 또한 만만치 않다.

2017년 9월 24일 독일 연방의회 선거가 있었다. 그러나 2018년 2월 18일 기준 새로운 독일 연방정부가 구성되지 못했다. 선거 결과 제1당을 차지한 기민당/기사당(CDU/CSU)은 선거 직후 자유민주당(FDP) 및 녹색당(Die Grünen)과 연립정부 구성 협상에 들어갔다. 탈핵을 성공시킨 녹색당은 이번에는 협상장에 탈내연기관을 핵심 정책으로 들고 나왔다. 두 달간 지속된 연립정부 협상은 실패로 끝났고, 여기서 탈내연기간을 둘러싼 입장 차이는 작지 않은 역할을 차지했다. 녹색당이 제시한 탈내연기관의 목표 시기는 2030년이었다. 만약 이 정책이 법안으로 만들어졌다면, 2020년부터 독일의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은 괴멸할 수 있다. 나는 10년 뒤 사라질 자동차를 신차로 구입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반문한다면 탈내연기관 정책의 파괴력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독일 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성공적인 탈핵 과정은, 탈핵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및 사회 이해관계의 대전환을 의미함을 보여주고 있다. 탈내연기관 또한 정치 및 사회 과제다. 시장의 구조가 변하는 것은 이해관계의 변화를 의미하며, 신흥 시장 세력의 탄생을 동반한다.

일어나고 있는 일 2: 현대기아차의 수소차와 언론의 지대추구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맞아 현대기아차는 서울과 평창 간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멋지게 뽐냈다. 여세를 몰아 수소차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치 자동차 시장이 수소차에도 그 빛을 비추고 있는 모양세를 연출하고 있다. 2017년 8월 17일 현대기아차가 신형 수소차를 공개했을 때도 한국 방송과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수소차 시장의 장미빛 미래를 외쳤다. 2018년 1월 21일 매일경제는 中 수소차 굴기… ‘최초 양산’ 韓은 설땅 잃어에서 중국 정부의 전기차 정책-후술-과 비교한다면 시장 탐색 수준에 불과한 수소차 지원책을 과장 홍보하면서 한국 정부가 수소차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한발 나아가 수소차 강국이라는 익숙한 ‘강국’ 수사를 펼치고 있고, 중앙일보는 국민대 유지수 총장의 진입장벽 낮은 전기차 대신 수소차라는 비논리적인 주장을 걸러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한국, 프랑스 등이 과점한 내연기관이라는 높은 시장 진입장벽을 파괴시키기 위해서 중국 정부가 선택한 방법이 탈내연기관 및 전기자 시장 활성화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현대기아차 기업 내부에도 시장 흐름을 해석하는 복수의 분파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내연기관 시대가 영원하기를 바라고 동시에 진입장벽이 높은 수소차의 시대가 도래하기를 희망하는 이해 집단이 있고, 전기차로 전면적 재편이 절실함을 인지하고 있는 세력이 있을 수 있다. 현재 한국 언론의 흐름은 전자를 편애하고 있다.

Be Smart: 내연기관의 시장 가치가 붕괴되면 새로운 시장 질서가 태동한다. 중국이 노리는 바다.

일어나고 있는 일 3: 중국의 전기자동차 쿼터제

블룸버그는 2017년 9월 10일 중국 톈진(天津)에서 열렸던 자동차 포럼에서 발표에 나선 신 구오빈(Xin Guobin) 중국 ‘산업 및 IT부’ 차관의 말을 전하고 있다. 신 구오빈 차관은 중국 정부가 화석연료에 기반한 자동차의 생산과 판매의 역사적 종말을 준비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2019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전기자동차 할당제’가 그 일환임을 강조하고 있다. 2017년 6월 2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8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전기자동차 할당제’를 독일 정부 및 독일 자동차 기업의 요청에 따라 2019년으로 1년 연기했다. 대신 전체 자동차 판매 중 전기자동차의 의무 비중은 8퍼센트에서 10퍼센트로 올라갔다. 전기자동차의 의무 비율은 2020년 12퍼센트로 증가한다.

* 2016년 한 해 중국 승용차 판매 수는 약 2,438만 대다. 2017년 중국 승용차 예상 판매 수도 유사한 수준인 2,472만 대다.
* 2019년부터 전기차 쿼터제 10퍼센트가 적용되면 약 240만 대의 전기차가 판매될 수 있다.
* 2017년 중국 전기 승용차 판매 수는 약 61만 대 수준이다. 중국 전체 승용차 판매 시장에서 전기 승용차는 약 2.5퍼센트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 2019년 한 해 동안 중국의 전기 승용차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4배 규모로 성장해야 한다. 가히 폭발적 수준의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수치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의미있는 자동차 브랜드로 (살아)남기 위해 미국, 독일, 일본 자동차 기업은 전기차로 대전환을 꾀하고 있다.

* GM은 2017년 2월 10일 전기차 올인 전략(Going All Electric)을 발표했다. 이는 역으로 GM은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 단계적 철수를 시작했다는 의미다.
*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 단계적 철수를 시작한 기업에는 포드, 볼보, 재규어 랜드로버 등이 속한다.
* 디젤 게이트(diesel gate)를 통해 도덕적 신뢰도가 붕괴되고 정치 영향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독일 자동차 기업도 전기차 공세 전략을 시작한지 오래다. 아우디, 포르쉐 등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폴크스바겐, 다임러 벤츠, 베엠베가 내연기관 또는 수소차가 아닌 전기차로 무게중심을 옮기기 시작했다.

Be Smart: 중국 자동차 시장의 시장 결정력

중국 자동차 시장의 시장 결정력이 해가 갈 수록 강력해 지고 있다.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신차 기준 2016년 중국 시장의 규모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독일의 합보다 크다.

 


그림 1: 중국, 미국, 일본, 독일의 신차 시장 규모 (출처: Statista)

중국 자동차 시장의 크기만큼 세계 완성차 업체의 중국시장 의존도는 크다(그림 2 참조). 2015년 기준 독일 자동차 아우디(Audi)의 전체 판매량 중 32퍼센트가 중국 시장에서 이뤄졌다. 미국의 캐딜락(Cadillac)은 29퍼센트, 독일 포르쉐(Porsche)는 26퍼센트, 독일 베엠베(BMW)는 24퍼센트 등 중국 시장은 각 자동차 기업의 생명줄을 잡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이 세계 자동차 시장의 방향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 정책이 아우디의 중국 판매량을 강제로 20퍼센트 하락시킬 경우, 아우디 전체 판매량은 약 7퍼센트 줄어든다.

그림 2: 2015년 기준 자동차 브랜드별 중국 시장 의존도 (출처: Statista)

Why It Matters: 전기차로 중심 이동은 내연기관 가치창출 구조의 변화를 동반한다.

2018월 2월 13일 다임러가 발표한 2017년 연차 보고서(annual report)를 살펴 보면, 매우 솔직하고 흥미로운 경고를 발견할 수 있다.

(전기차로 무게 중심 이동은) 다임러에 특정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의 생산 가동률(production capacities)을 낮출 수 있다. 이들 부품 기업이 고정 비용을 충당할 수 없게 된다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160쪽)

부품 업계만 문제일까?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 규모의 단계적 축소와 이에 상응하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다임러 뿐만 아니라 세계 완성차 기업과 이들과 연관된 부품 업체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함수는 높은 고정 비용과 상대적으로 낮은 가변 비용 상승률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른바 부(+)의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다. 이러한 규모의 경제의 특징은, 생산량(=판매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비용 상승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 생산량(=판매량) 대부분이 수익으로 이어진다. 역으로 그림 3의 (1)처럼 중국 전기자동차 쿼터제의 영향으로 특정 생산함수 영역에서 생산량이 강제로 낮아질 경우, 매출은 크게 주는데 비해 비용은 거의 줄지 않게 될 수 있다. 이 때 기업의 수익은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고 때에 따라서는 생산 자체를 유지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 위험성을 다임러가 경고하고 있다.


그림 3: 규모의 경제의 배신

* 자동차 부품 업체의 구조조정과 고용위기를 피할 수 없다. 2018년 2월 1일 발행된 KPMG의 Global Automotive Executive Survey 2018에 따르면, 내연기관 자동차의 동력 생산 및 전달 부문(moving parts)은 1만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전기차의 해당 영역은 평균 18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량이 축소되고 전기차 생산량이 늘어날 경우, 관련 부품 업체들, 이 부품 업체에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완성차 조립 라인의 노동자들은 자동차 생태계에서 사라질 위협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연합뉴스의 2017년 9월 15일 보도는, “디젤 엔진 등 내연기관 엔진의 생산 감소는 우리 일자리의 감소를 의미합니다. 우리는 니더작센주(州)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기를 원합니다.”라는 폴크스바겐 직장평의회 의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 다임러 벤츠와 포르쉐 공장이 위치한 독일 바덴-뷔텐베어크 주의 금속노조(IG Metall)은 2018년 2월 11일 주당 28시간 노동을 사용자측과 합의하는데 성공했다. 독일 전역에 주당 28시간 노동이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른바 독일에서 진행되고 있는 ‘노동 4.0’의 맥락에서 이번 합의를 해석할 수 있다. 독일 자동차 산업의 위기와 구조 재편을 독일 노동자가 그만큼 절박하게 받아드리고 있음을 반증한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배우자: 새로운 자동차 산업 질서 상상하기

2007년-2008년 사이에 발생한 미국의 금융위기와 함께 미국 자동차 산업 또한 전례없는 위기를 겪었다.


그람 4: 2005년-2015년 미국 자동차 판매 (출처: Statista)

2008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에게 금융위기와 함께 자동차 산업의 위기라는 두 개의 거대한 도전이 놓여 있었다. 2009년 2월 24일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오바마 (전)대통령은 아래와 같은 자동차 산업 재편 방향을 제시한다.

자동차 기업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과 세계 경제의 침체로 미국 자동차 산업은 위기에 빠졌습니다.
우리는 자동차 기업의 잘못된 경영을 보호해서는 안되며 보호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자동차 산업을 재편하고 새로운 길을 제시해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오바마의 표현 “a re-tooled, re-imagined auto industry“!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도구를 제공하고, 자동차 산업을 새롭게 상상하는 일에 오바마 행정부는 집중했다. 2009년 첫 발표된 미국 혁신을 위한 전략: 지속 가능한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추구는 그 구체적 계획을 담고 있다. 이 전략 문서를 통해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경제를 발전시킬 3가지 영역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집권 9년동안 애썼다. 첫 번째 영역은 클린 에너지, 다시 말해 재생 애너지, 두 번째는 전기 모빌리티 그리고 마지막이 헬스 IT다. 위의 2009년 문서에도 ‘한 번 충전하면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오바마 행정부는 역사적 규모의 지원책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렇게 미국 연방정부 그리고 주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통해 성장한 기업이 테슬라(Tesla)다.

한국 자동차 산업, 새로운 상상의 장이 필요하다

기술 진보의 과실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사회 진보를 이뤄낼 때 비로소 만끽할 수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재편, 원하든 원치않든 피할 수 없다. 새로운 산업 질서가 탄생해야 하고, 이에 기반한 새로운 경제 및 사회 이해관계자의 생태계, 새로운 자동차 문화, 새로운 도시 문화가 싹트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 정치다. 정치가 그리고 이를 전달하는 미디어가 자기 역할을 다할 때 미래로 가는 길목은 그리 두렵지 않을 수 있다.

Written by 강정수 Ph.D.

독일비텐-헤어데케대학교경영학과 (박사)

연세대학교경영대학겸임교수

(주)메디아티 CEO

www.mediati.kr (미디어스타트업인큐베이팅및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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